LIST
PREV NEXT
청풍면 마을지도 만들기

전남 화순 청풍초등학교

전남 화순군 청풍면 청풍초등학교

어린이 원데이 워크숍 기획 및 진행
지도 디자인 작업

20023. 04. 26


-

어느날, 청풍초등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라도여서 멀지만 아이들과 지도만들기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기획관련하여 선생님과 꽤 여러번 통화도 했습니다 . 서울과 거리가 멀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고 걱정하셨습니다. 저는 시골도 많이 다녀봤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직접 가보니 제가 갔던 여러 지역 중 가장 고즈넉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 양쪽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 덕분에 웅장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예쁜 카페와 식당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청풍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걸어다니면서 방문할 정도로 학교와 가까운 거리는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IMG_048.jpg
IMG_0457.jpg

제가 방문한 날은 유난히 파란 하늘이 예뻤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귀여운 벤치와 오른쪽에 학교가 살짝 보입니다. 

종종 시골 학교에서는 보통 도시의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보호수 같이 큰 나무들이 학교에 있습니다. 벤치 뒤로 크게 뻗은 나무도 그 크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학교이지만 오래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 확 느껴집니다. 이렇게 큰 나무는 일부러 심을려고 해도 심을 수 없겠죠. 

벤치를 둘러싼 벽돌 기둥도 유니크 합니다 :) 
여름에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면 빨간벽돌과 초록잎의 색 대비로 더 예뻐지겠죠!

청풍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6명인 아담한 시골 학교 입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통틀어 26명이니 학교 교직원들의 숫자와 맞먹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이 수업을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행정과 기반시스템은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 받는 혜택은 어마어마 합니다.

방과후 수업은 모두 무료입니다. 피아노, 과학, 영어 등 수업도 다양한 외부 강사들이 와서 소규모로 진행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피아노만 10대이상 구비되어 있다는 것 입니다. 웬만한 피아노 학원 못지 않네요. 


저는 이 건물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샛노란 원형 기둥같은 건물벽과 그 안에 원형을 따라 만들어진 창문의 모습! 이런 작은 건물 하나까지 예쁜 이 곳!

이 건물은 청풍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 건물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현재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이 유치원의 입학생이 없어져서 폐원 했다고 하네요. 병설유치원의 폐원은 초등학교의 존폐여부까지 연결된다고 합니다. 아마 청풍초등학교도 곧 폐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물론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인구절벽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시골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22년 서울시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도 폐교했다는 뉴스가 떠들썩 했습니다. 서울에서도 한 학교가 폐교되는 일이 생길 정도니 지방에서는 어쩌면 더 막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230420_103505.jpg
IMG_0459.jpg


급식실로 가는 길 입니다. 본건물에서 나와 이 초록 지붕 아래를 쪼르륵 지나 급식실로 향합니다. 급식실에는 테이블에 아이들 이름이 붙여 있습니다. 처음에는 급식실에 지정석이라는 것이 신기 했는데 아이들의 모든 좌석 중간중간에는 선생님들이 함께 앉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 반에 아이들이 보통 5명 이내이니 선생님과 옹기종기 이야기하며 먹을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선생님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인지!!

교장선생님, 영양사 선생님, 사서선생님, 담임선생님 등 아이들은 학교의 모든 직원과 선생님들과 아주 가깝게 지냅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지역과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동네의 어르신들과 연계하여 딸기따기체험, 블루베리 키우기 등 다양한 자연친화 학습을 계획합니다. 또 아이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들을 잘 들으셨다가 수업계획에 추가하시는 등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짧게 보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교무실에서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의 케미도 너무 좋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이 그대로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MG_0466.jpg


점심 시간에 한 바퀴돌며 동네를 구경시켜 주셨는데 이 길도 기억에 많이 납니다.
보통 자신의 앞마당이나 집 꾸미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반면, 이 집 주인 어르신은 도로에 인접해 있는 벽에도 이렇게 예쁘게 조경을 늘 관리하신다고 합니다. 비록 자기 집앞이지만 담장 밖의 공간을 신경씀으로써 동네가 훤해지고 동네사람들도 함께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엔 집 뿐 아니라 이웃 잘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합니다. 
아파트던 주택이던 내 이웃이 집안과 밖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고 산다고 생각해보면, 나 하나 잘 산다고 동네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집 옆으로 모시고 싶은 어르신 입니다 :) 덕분에 동네에서 유명한 예쁜 길이라고 하네요.


마을 입구에 붙어 있는 마을지도 입니다. 제가 참고해도 좋을 정도로 자세하게 아기자기한 동네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각 건물마다 사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물론 매우 놀랐습니다. 아무리 작은 시골마을이라지만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이렇게 다 적어놓는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어쩌면 고령층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여서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지나가던 골목에 방문목욕차가 있는 것도 봤습니다. 동네에 살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방문할 누군가에게 필요할 정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IMG_0463.jpg
IMG_0458.jpg


사실 초등학생들은 저학년과 고학년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때문에 1-6학년을 모두 모아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학년 친구들은 이내 집중 못학고 늘어지기 마련인데 청풍초 어린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 어린이가 한 명도 없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보통 한 반에 20명 이상의 학생들을 담임선생님이 가르치십니다. 하지만 여기 학생들은 3-4명에서 5-6명을 한 선생님이 케어하시니 선생님과 맞춤수업도 가능해 보입니다. 학생들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내는 것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시고 같이 정리해주시는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수업환경인지 느껴집니다. 

청풍초 어린이들이 학교자랑을 신나게 합니다. 어린이날 전교생이 자전거, 인라인을 선물 받는 것은물론이고 외부로 체험학습도 많이 다닐만큼 다양한 교육이 진행됩니다. 도시에서 전학오는 어린이에게는 군에서 집도 지원해준다고 하네요! 세상에 그 어떤 사립학교 못지않은 환경과 시스템이 아닐까 합니다.


20230420_110045.jpg

우리 어린이들이 유일하게 군것질 등을 사먹을 수 있는 동네의 슈퍼입니다. 
청풍초 어린이의 학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로 아이들이 종종 과자를 사먹는 유일한 참새방앗간이라고 합니다. 동네 주민들도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되는 곳이겠죠. 정겨운 시골의 가게답게 앞에 평상이 놓여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마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군것질을 사서 평상에 앉아 정답게 나눠먹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입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앞에는 태권도, 미술, 음악을 비롯한 많은 학원과 군것질, 문구점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원가는 길, 집에 가는 길에 꼭 들러 친구들과 잠깐의 추억을 만듭니다. 저도 그랬죠.

도시의 초등학교들은 대부분 걸어서 등교가 가능한 거리에 배정되지만 더 넓은 지역에서 아이들이 모이는 경우는 스쿨버스나 택시가 제공되어 학교에서 바로 안전하게 귀가 합니다. 학교가 그 지역 환경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머물고 향유할 거리가 없어 지역에 생기지 않는 것인지, 지역에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없어 아이들이 머물지 못하는 것인지 순서는 알 수 없지만 단순히 도시에서 시골학교로 전학오게 해서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물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스쿨버스와 택시 운영은 매우 감사한 제도입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지도 사례들을 보여주고 매우 짧지만 함께 아이디어를 짜내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폭우 몰아치듯 10-15분만에 이렇게 재미있는 자신만의 주제를 만들어낸 어린이들!

슬기로운 청풍생활 - 귀촌을 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지도
숨바꼭질 지도 - 어떤 건물을 찾아볼까? 숨은그림찾기처럼 만드는 지도
청풍뎅이 지도 -청풍면 이름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소개하기
청풍 네비게이션 - 청풍면의 길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지도

제가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위의 아이디어 입니다. 단순히 이 동네를 놀러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귀촌을 오는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습니다. 어쩌면 지도를 보고 귀촌을 결심하는 사람도 생길 수도 있죠! 외부에서 와 자리잡는 분들에게 유용할 수 있을 수도 있구요!

숨은그림 찾듯 동네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표현하고 지도에서 찾아보는 숨은그림찾기 컨셉도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청풍의 이름을 차용해 '청풍뎅이'라는 캐리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청풍뎅이로 표현해 곳곳을 소개해보자는 아이디어 등등 우리 어린이들의 아이디어가 정말 다양합니다!!
IMG_0470.jpg
IMG_0481.jpg

점심먹기전 낸 각자의 아이디어 주제를 가지고 우리 학생들은 밥 먹으면서도 열심히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또 새로운 제목과 접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지도 아이디에이션을 하면 늘 신기한 것이 몇 년을 하는데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막 나옵니다. 투표에서 뽑힌 몇 가지들을 소개 해 보자면

슬기로운 청풍생활
퐁당퐁당 청풍
청풍의 탐험일기

또 앞선 제목 아이디에이션에서 나왔던 청풍뎅이와 청풍생활과 더불어 가방 모양으로 접어 청풍을 여행해보자는 주제, 4곳의 방향 버튼을 그려 청풍을 탐험하도록 하는 업그레이드 된 네비게이션 아이디어까지, 너무너무 재미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 그 어느 것 하나 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기 아이디어도 잘 발표하고 서로 의견도 잘 듣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기도 했습니다.
IMG_0476.jpg

아이디어가 다 너무너무 좋아 어느 것 하나를 콕 찝어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교생 + 선생님들까지 맘에 드는 아이디어 몇 개씩 표시하기 투표했습니다. 물론 투표하고 나서도 또 그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학생들과 원데이 워크숍 시간이 워낙 짧아 이후 시간 진행은 어려웠습니다. 저로써는 정말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어쨌든 서로 자기의 의견을 내고, 발표한 뒤 모든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아 발전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디자인 하는 방법을 배웠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아이들의 지도 아이디어와 그림작업이 완료된후 지도가 완성이 되면 또 소개할께요 :)
스크린샷_2024-03-08_오전_10.15_.46_.png
스크린샷_2024-03-08_오전_10.16_.19_.png
IMG_0474.jpg
IMG_0472.jpg
1681956756675.jpg
1681956795751.jpg